
찜통더위가 이어지던 지난 16일 대구 중구의 한 여관 건물. 좁고 어두운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숨이 막힐 듯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환기시설은 없거나 고장난 채 방치돼 있었고 냄새는 건물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과거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쪽방촌으로 오게 됐다는 60대 여성은 “이제는 부탁할 가족도 돌아갈 집도 없다”며 찜통 같은 방 안에서 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대구 내 쪽방 거주민 수는 519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60대가 210명, 50대가 169명으로 전체의 73%를 차지했고 70대 이상 고령층도 93명(18%)에 달했다. 거주민 절반 이상은 만성질환이나 장애 등으로 근로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기초생활수급권자였으며 나머지 역시 불안정한 일용직 노동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거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대화를 나눌 때마다 이들의 고립된 삶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만난 60대 남성은 병원비가 부담돼 몸이 아파도 진료를 받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수급비가 입금되는 통장마저 여관 주인이 보관하고 신용 압류 때문에 본인 명의의 통장을 새로 만들 수도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 방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80대 남성은 과도한 음주와 흡연으로 치아를 모두 잃어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몸은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초고령 주민들의 몸은 이미 곳곳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폐 질환을 앓는 80대 남성은 대형병원에서 처방받은 약 한 움큼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었고,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는 70대 남성은 위장약 봉지를 만지작거리며 “병원비가 또 나가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뇨 합병증을 겪고 있는 또다른 남성은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톱이 검게 변했고 시력도 크게 저하된 상태였다. 간이 측정기로 확인한 그의 혈당 수치는 정상 범위(100mg/dL 미만)를 2배 이상 웃도는 264mg/dL를 기록했다.
한낮 열기가 방 안을 가득 메우자 주민들이 옷을 입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70대 여성은 더위를 견디지 못해 나체로 지내다 봉사자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문틈으로 얼굴만 내민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폭염은 이들에게 하루를 버티기조차 어려운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었다.
올해로 5년째 쪽방삼담소와 함께 쪽방촌을 찾고 있는 김진우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사는 “여름철에는 해가 길고 실내 온도가 높아 주민들이 옷을 벗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쪽방은 그분들에게 안방이자 거실이고 부엌인 만큼 항상 문밖에서 잠시 기다린 뒤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진기와 혈압계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에 한계가 있어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적어도 주민들이 이 무더위 때문에 병을 얻거나 생명이 위험해지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정웅기자 hanjo@idaeg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