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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쪽방상담소] 폭염이 더 두려운 취약계층…지원 조례 개정해야 2024-08-01
[대구쪽방상담소] 벌어지는 도심지-외곽지 기온 격차…실외,젊은 온열질환자들 2024-08-01
[대구쪽방상담소] 벌어지는 도심지-외곽지 기온 격차…실외,젊은 온열질환자들

동구 신암동과 달성군 현풍읍, 6월 평균기온 격차 0.8→1.1→1.3도
"인공구조물도 열섬 부추겨" 대구 고층빌딩 18년 전보다 800% 증가
도시 전체 온도 낮춰야…옥상녹화 사업 올해는 중단, 市 "예산 확보 안 돼"

오후 2시쯤 대구 서구 비산동 한 도로 공사 현장에서 한 야외근로자가 잠시 파라솔 아래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오후 2시쯤 대구 서구 비산동 한 도로 공사 현장에서 한 야외근로자가 잠시 파라솔 아래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대구·경북 대부분의 지역에 열대야 현상이 관측된 27일 밤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 잔디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대구·경북 대부분의 지역에 열대야 현상이 관측된 27일 밤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 잔디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이번주 내내 대구지역 낮 최고기온이 33~37℃를 기록하며 폭염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는 지구온난화와 인공 구조물 증가로 도시의 외곽보다 중심의 기온이 더 높게 나타나는 '열섬 현상'이 뚜렷해졌다. 여름철 대구 시내 온열질환 위험도 덩달아 커졌다. 이에 따라 좀 더 세부적인 지역·취약계층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점점 'Hot'해지는 대구 도심…외곽보다 1.3도 더 높아

대구에는 모두 6곳의 방재기상관측망(기상현상에 따른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설치된 지상 관측망)이 설치돼있다. 3곳은 달성군의 현풍읍·옥포읍·하빈면이고, 나머지 3곳은 동구 신암동, 북구 서변동, 서구 중리동 등에 있다.

이 가운데 도시 중심부(대구시청 동인청사 기준)와 가장 가까운 동구 신암동과 가장 먼 달성군 현풍읍에서 관측한 여름철 평균기온을 비교했다. 2015년 신암동의 7월 평균기온은 26℃로, 현풍읍(25.2도)보다 0.8도 더 높았다. 관측치가 똑같았던 2016년(27.0도)을 제외하고,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신암동 기온이 현풍읍보다 높았다.

특히 도심지와 외곽지 간 7월 평균기온 차이는 지난해 1도(신암동 27.2도, 현풍읍 26.2도)로, 신암동 관측을 시작(2015년 6월 12일)한 이후 가장 많이 벌어졌다.

초여름을 살펴보면 이러한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올해 신암동 6월 평균기온은 25.2도로, 현풍읍(23.9도)과 비교해 1.3도나 더 높았다. 2022~2024년 사이 두 곳의 6월 평균기온 격차는 0.8→1.1→1.3도로 점점 커졌다.

전문가들은 도시 발달로 고층 빌딩 등 인공구조물이 과거에 비해 급증하면서 열섬 현상 심화에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대구 지역의 21층 이상 고층 건물은 2005년 175동에서 지난해 1천723동으로, 884.6% 증가했고, 같은 기간 11~20층 건물도 2천757동에서 4천544동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인공 구조물은 낮에 햇빛을 머금고 있다가 야간에 열을 내뿜는다. 인공 구조물이 많은 도심지의 기온이 더 높아지고, 최고기온에 다다르는 시간이 늦어져 열기가 저녁까지 이어지고, 결국 열대야도 잦아진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 대부분의 지역에 열대야 현상이 관측된 27일 밤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 잔디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대구·경북 대부분의 지역에 열대야 현상이 관측된 27일 밤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 잔디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이번주 내내 대구지역 낮 최고기온이 33~37℃를 기록하며 폭염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온열질환자, 대구는 '40대'와 '실외작업장'에서 최다

낮에 많은 인구가 밀집하는 도심지의 기온이 높아지며, 폭염에 따른 시민 건강 위협도 커지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도 이달 23~25일 사흘 연속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는 등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됨에 따라 건강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온열질환'은 무더운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돼 두통, 근육경련, 의식 저하 등 증상을 보이는 급성질환이다. 열사병과 열탈진이 대표적이다. 방치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위험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여름철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운영해오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전국에서 모두 856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57명보다 99명이 더 많다. 폭염으로 인한 환자 발생 위험이 올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대구에선 지난 25일까지 모두 16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한창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청·장년층 비율이 높았는데, 16명 중 5명이 40~49세였고, 3명은 30~39세에 속했다. 이어 60~69세·70~79세가 각각 2명, 10~19세·20~29세·50~59세·80세 이상 등이 각각 1명이었다.

온열질환자 발생 장소는 대부분 실외였다. '실외작업장'이 6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중구와 달서구 각각 2명, 남구·수성구 각각 1명이었다. 이어 ▷기타 4명 ▷주거지 주변 2명 ▷운동장·길가·논밭 등이 각각 1명이었다. 실내는 달서구 실내작업장에서 1명이 발생했다.

김흥준 대구시 보건의료정책과 과장은 "올해 대구 지역의 경우 실외작업장에서 일하는 단순 업무 노동자들 가운데 온열질환 발생 빈도가 높은 경향을 보이는데, 주로 30~40대 남성들이 많다. 이들이 한창 일하는 시간대인 오전 11시부터 정오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대부분의 지역에 열대야 현상이 관측된 27일 밤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 잔디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대구·경북 대부분의 지역에 열대야 현상이 관측된 27일 밤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 잔디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이번주 내내 대구지역 낮 최고기온이 33~37℃를 기록하며 폭염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폭염은 사회재난…아직 갈 길 먼 대구시 폭염 대책

지난 11일 '폭염, 기후재난에 모두가 안전한 도시'를 주제로 열린 대구국제폭염대응포럼 개회식에서 김재용 대구시의회 경제환경위원장은 "폭염은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며 "폭염 기간에만 대응하는 것에서 벗어나 도시 전체 온도를 낮추기 위해 도시 숲을 조성하는 등 지속가능한 체계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지 기온을 낮추는 방안으로는 건물 옥상에 인공적으로 토양층을 만들고, 그 위에 식물을 키우거나 수(水)공간을 조성하는 '옥상녹화' 사업이 있다. 대구시에서도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공기관 87곳, 민간기관 1천33곳을 대상으로 모두 352억원을 투입해 옥상녹화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올해는 예산 확보 실패로 사업이 중단됐다.

홍만표 대구시 산림녹지과장은 "공공 부문의 경우 산림청이나 환경부 등의 공모 사업에 지원해 예산을 확보해 왔는데, 올해는 공모에 채택되지 않았다. 민간 부문에선 민간 보조 사업으로 진행하는데, 시 재정 여건 악화로 옥상녹화 사업은 후순위로 밀려 예산 확보가 되지 않았다"며 "아예 사업을 중단한 것은 아니고 재정 여건이 개선되면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정인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결국엔 열을 적게 방출하는 도시, 열을 저장하지 않는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도시 전체 지표면 중 숲과 수면이 차지하는 부분을 점차 늘려가야 한다"며 "도시의 '제2의 지표면'이라 불리는 건물 옥상에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 옥상녹화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구시는 쪽방 주민, 노숙인, 취약 노인 등 폭염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방문, 안부 전화 등 모니터링과 더불어 얼음 생수 등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쪽방 주민들에게 에어컨을 설치해주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소장은 "우리가 여름에 시원하게 발 뻗고 자는 동안,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다른 공간에도 사람들이 있다"며 "현재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은 폭염 기간에 물이나 보양식 등을 보급하거나 모니터링하는 데 치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쪽방은 한 건물에 여러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라 각각 에어컨을 설치할 경우 한 건물에 들어가는 전기의 총량이 너무 커지게 돼 전기설비를 증설해야 한다"며 "여기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도록 예산을 확보하고, 그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현재 '대구시 폭염 및 도시열섬현상 대응 조례'를 보다 구체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대구·경북 대부분의 지역에 열대야 현상이 관측된 27일 밤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 잔디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대구·경북 대부분의 지역에 열대야 현상이 관측된 27일 밤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 잔디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이번주 내내 대구지역 낮 최고기온이 33~37℃를 기록하며 폭염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출처: [폭서-暴暑] 벌어지는 도심지-외곽지 기온 격차…실외?젊은 온열질환자들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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