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쪽방상담소] "장수사진 미리 준비"…어버이날 맞은 대구 쪽방촌 사람들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가정의 달과 어버이 날을 맞아 대구쪽방상담소가 8일 YMCA 청소년회관에서 연 행사에 참석한 쪽방촌 주민들이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수십년간 대구 서구에 있는 쪽방촌에 거주하다 최근 LH 임대주택에 들어간 석창근 씨(77)는 "20년 전 아내와 사별한 후 자녀와 연락을 단절한 채 혼자 지내왔다"며 "아프다고 걱정해 주는 가족은 없지만 마음을 나눠주는 사람이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버이날이 되면 부모가 생각나고 자녀가 그립지만 연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먼 훗날 세상을 떠난 뒤 자녀에게 내 안부가 전해지겠지만 그 전에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장수사진 한 장은 남겨두려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쪽방상담소는 이날 주민들에게 장수사진을 찍어 전달하는 코너를 만들었다.
'애처가'로 불리는 이희종 씨(83)는 "투병 생활을 한 아내의 병원비를 댄다고 전 재산이던 전세금을 날려 오랫동안 쪽방촌에서 살았다"며 "팍팍한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미리 사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쪽방상담소가 마련한 행사에 참석한 주민 46명은 윷놀이와 탁구 등을 즐기며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보였다.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쪽방촌에 사는 주민은 600명, LH가 지원하는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한 주민은 400명으로 추정된다.
오현주 대구쪽방상담소 팀장은 "이 행사는 2009년부터 15년간 가정의 달을 맞아 진행해온 것"이라며 "이런 행사를 통해 쪽방 주민들의 안부를 묻는다"고 설명했다.
대구쪽방상담소는 곧 무연고자를 대상으로 장례를 치러주는 공영장례단을 꾸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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