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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쪽방상담소]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도 지역별로 차등···남구에선 되어도 중구는 안 돼

9일 오전 10시 30분, 경북 칠곡군 대구광역시시립공원묘지 관리사무소 옆 무연고자실 앞에 다섯 명이 섰다. 지난 6월 24일 사망한 고 정한솔(가명, 49세) 씨 유해안치예식을 위해 모인 이들은 법이 정한 연고자는 아니지만 그와 인연이 있었다. 정의석 커다란숲교회 담임목사는 쪽방에 얼음물을 배달하다 안치예식 집례를 요청받고 흔쾌히 승낙했다. 정 씨를 살피던 사회복지사들이 마련한 이날 예식에는 정 씨가 거주하던 쪽방 주민 2명도 참석했다.

무연고자실에는 유골함을 올려놓는 선반만 빼곡했다. 본인의 죽음을 알릴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있더라도 시체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 관할 기초지자체가 무연고자로 분류한다. 무연고자 시신은 신청이 있는 경우 공영장례를 치를 수 있고, 그 외에는 화장한 뒤 이곳으로 온다. 유골함을 감싼 흰 보자기에는 이름, 안치일, 담당 지자체, 그리고 ‘무연고’라는 설명이 적히며, 법에 따라 5년간 보관한 뒤 뿌려진다.

사람 한 명 겨우 들어가는 좁은 선반 사이에 일렬로 선 이들은 고인을 추모하고 함께 했던 기억을 풀어냈다. 정 목사는 유해안치예식 끝에 말했다. “장례 기간도 없고, 조문객도 없는 이 쓸쓸한 예식에 함께 하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하늘에서 더 멋진 모습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고인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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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무연고자실을 찾은 이들이 고 정한솔 씨(가명)의 유해안치예식을 치뤘다.

기초지자체 의지에 따라 다른 공영장례 절차

정 씨와 같은 무연고자는 각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공영장례를 치를 수 있다. 법과 조례에 따르면 공영장례는 사망자가 무연고자 등에 해당할 때 신청을 받아 이뤄진다. 대구의 경우 2022년 2월 ‘대구시 공영장례 지원 조례’를 제정해 작년부터 지원을 시작했다. 제물상, 제례 물품, 상복 대여, 빈소 사용료 등을 1회 80만 원까지 지원하며 시비 50%, 구?군비 50%로 구성된다.

대구시 무연고 사망자는 2018년 134명에서 2022년 246명으로 5년 새 2배 정도 증가했으며 코로나19 영향이 적었던 지난해에도 286건으로 늘었다. 1인 가구 증가, 가족 해체,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무연고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군위군을 제외한 대구 8개 구·군도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지원을 받고자 하는 연고자나 이웃사람이 서면으로 공영장례 지원을 신청하면 구?군청에서 내용을 확인하고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신청에 따라 지원 여부가 결정되다 보니 장례의 실행은 각 지자체의 역량과 의지가 많이 반영된다.

조례는 ‘연고자·이웃사람 등은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 신청서를 구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무연고자 특성상 신청서를 제출할 주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구·군이 직권으로 지원을 결정하는 사례가 다수다. 지역 구·군청 대부분은 장례업체나 장례식장과 협약, 위탁계약, 협조요청 등을 통해 무연고자 공영장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역별 공영장례 실행 실적도 차이가 크다. 대구시와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무연고 사망자 대비 공영장례 지원 비율은 남구청이 82.6%(19건)로 가장 높고 동구청 76.7%(46건), 달서구청 64.4%(29건), 북구청 63.2%(24건), 서구청 47.5%(28건), 수성구청 33.3%(10건) 중구청 17.9%(5건) 순이다. 지난해 편입된 군위군과 무연고자 사망자 수가 적은 달성군(3군)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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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기준 무연고자 사망자 수 대비 공영장례 지원 비율은 남구청이 82.6%(19건)로 가장 높고 중구청 17.9%(5건)로 가장 낮다.

지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구청은 업무협약을 맺은 장례식장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지원한다.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경찰이나 병원 연락을 받으면 구청이 해당 장례식장으로 연결하는 식이다.

동구청은 장례식장과 위탁계약을 맺어서 시신 처리와 공영장례 절차를 밟는다. 달서구청은 무연고 사망자 발생 시 관내 장례식장 10여 곳에 협조를 구해서 공영장례 절차를 밟고 있으며 지원 비율이 가장 낮은 중구청은 타 기관과의 별도 협약이나 계약 없이 신청이 들어오면 공영장례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씨의 경우, 남구 관할이었다면 업무협약 등에 따라 공영장례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중구 관할에서 숨지면서 신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공영장례를 치를 수 없었다. 정 씨가 관계를 맺고 있던 대구쪽방상담소 사회복지사들이 공영장례 신청을 위해 관할구청인 중구청에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중구청은 당시 정 씨가 공영장례 대상에 해당하지 않은 걸로 본 걸로 전해진다.

중구 관계자는 9일 <뉴스민>과 통화에서 공영장례 절차에 대해 여러차례 번복하는 설명을 했고, 최종적으로 무연고자에는 해당하지만 신청이 없어 공영장례를 치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씨를 추모하는 이들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조치가 있었다면 고인을 추모할 시간과 공간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정 씨와 같은 쪽방 건물에 살았던 이현석(가명, 49세) 씨는 “정 씨와 친구가 된 지 15년이다. 함께 일한 적도 있고, 그가 내내 아팠던 모습도 봤다. 잠깐이라도 우리끼리 장례예식을 치러서 다행이다.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남건 대구쪽방상담소 팀장도 “올 초 지역일간지를 통해 그가 가족으로부터 상처받은 사연과 조혈모세포 이식이 시급한 건강 상태를 알리고 모금활동을 했다. 임대주택 입주를 앞두고 병원에 들어간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며 “공영장례를 치르지 못해서 대신 그의 유골함이 무연고자실로 옮겨온 이후 추모하는 자리를 간단하게라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례비용 지원 넘어, 부고 알림·전용빈소 마련 필요

한편에선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 절차 지원을 넘어 부고 알림과 공영장례 전용빈소 운영 등 실효성 있는 추모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까진 서울시와 부산시 정도가 공식 사이트에 ‘무연고 사망자 부고 알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는 작년 6월부터 영락공원 내 공영장례 전용빈소도 운영하고 있다.

부산은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제도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임기헌 부산반빈곤센터 활동가는 “어떤 장례식이든 부고가 떠야 장례식을 하지 않나.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인데 무연고자라는 이유로 하지 않는 것이다. 부산은 부고를 게시하는 게 시장의 책무라고 조례에 명시돼 있다. 부고는 영락공원 홈페이지와 구청 홈페이지에 게시된다”며 “장례식은 고인의 사망 직후 짧은 기간에 이뤄지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신청자에 한해 자동으로 문자가 가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알림이 필요하다고 시민사회에서 요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임 활동가는 공영장례 전용빈소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며 “처음에는 부산의 전용빈소에도 재단이 하나 뿐이었지만 지금은 칸막이를 둬서 세 개로 운영되고 있다. 일반인과 동일한 규모와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 중”이라며 “전용 빈소 유무의 차이가 크다. 일반 장례식장에서 무연고자 사망자 빈소는 항상 후순위다. 오래된 음식을 가져다 놓는 경우도 다반사다. 덜 중요한 것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독립적인 공간이 있어야 공영장례로서의 존엄함을 그나마 보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출처: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도 지역별로 차등···남구에선 되어도 중구는 안 돼 (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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